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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버핏의 주주서한으로 살펴보는 스타트업 경영 원칙

  • 18.08.16
  • 2,071

워렌버핏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본을 더 투입해서 이익을 늘린 것은 경영진의 성과가 아닙니다. 그런 식의 성과는 누구나 빈둥거리면서도 올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예금액을 네 배로 올리면 이자도 네 배로 늘어납니다.



‘버크셔 헤서웨이’ 워렌버핏이 운영하는 이 회사를 우리는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주식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로 봐야할까? 혹은 있는 그대로 사업형 지주회사로 봐야할까? 단순히 다국적 지주회사로 보기에는 너무나 독특한 형태의 경영을 해오고 있다. 워렌버핏이 쓴 주주서한을 보면 이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과 경영원칙을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 버핏과 멍거는 모든 소액주주들과 자산들이 공동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 목표는 당연히 훌륭한 기업에 분산투자하여 버크셔가 지닌 주당 내재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 무척이나 보수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또 유능한 경영진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투자를 회수하지 않는다.

워런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의 주된 내용은 주주와 관련된 경영 혹은 투자 원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전히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그가 기업과 주주의 관계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기업지배구조 부분을 살펴보면 된다.

특히나 재미있는 점은 버핏은 사모펀드에서 추구하는 LBO 방식이나, 투자은행에서 흔히 사용하는 EBITDA와 같은 지표들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대학교 재무관리 수업 혹은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재무지표들을 활용하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곤 한다. 아무도 이유는 묻지 않고 항상 관례적으로 비슷한 방식으로(Fancy 해보이는게 관건) 밸류에이션을 하고 있다.EBITDA에 관해서는 감가상각비가 비현금성 비용이므로, 실제로는 비용이 아니라고 보는 방식인데 이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한다.


“터무니 없는 생각입니다. 사실 감가상각비는 매우 나쁜 비용입니다. 자산을 구입하면서 돈을 먼저 지출했지만, 그 자산에서 이득을 아직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기업의 전망을 요구한다. 하지만 버핏의 의견은 “찰리와 나는 우리 회사의 내년 이익도 모를 뿐더러 다음 분기 이익 조차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안다고 항상 주장하는 CEO를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계속해서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CEO는 전적으로 불신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젠가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무척이나 동감되는 말이다. 나 또한 컨설턴트 혹은 VC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년도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당기순이익을 요구한다. 아니, 내년이 아니라 5년 정도 뒤까지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경영을 하는 CEO의 입장에서, 이런 수치들은 정말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물론 거시적인 환경과 트렌드라는 큰 그림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세부적인 수치까지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수 많은 회사들이 한 해 전망을 하고 심지어 내년 전망을 하지만 과연 그대로 흘러가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 만약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진다면, 애널리스트들이 쓴 지난 몇 년치의 보고서들과 현재 그 기업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된다. 대부분이 빗나간다. 매년 초, 각 증권사들이 코스피 전망을 발표하는 것만큼이나 웃긴 일이다. 물론 이런 시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WACC에 들어가는 수 많은 가정 중 숫자가 약간만 바뀌어도 최종 결과가 많이 바뀐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예측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업이란 하루 하루 회사의 본질을 추구하고, 고객의 이익을 치열하게 고민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법이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예측을 못해서가 아니라, 본인들의 본질을 고민하지 않았고 치열하게 움직이지 않아서이다.그리고 버핏은 이런 시각으로 회사를 바라보고, 경제적 해자를 가진 회사 혹은 탁월한 CEO를 찾아내어 투자를 한다. 버크셔가 보유한 기업들은 매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력이 강해지거나 약해진다. 고객에게 기쁨을 주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거나 혹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면 경쟁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자만심에 빠지면 당연히 경쟁력이 약해진다. 이렇게 하루 단위로 보면 그 영향을 감지하기가 어렵지만, 이런 결과들이 누적된다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버핏은 이런 장기 경쟁력 확대를 경제적 해자 확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가 충돌한다면 해자 확대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버핏의 말이 단순해보이지만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인 것 같다. 스타트업도 똑같다. 만약 경영진이 단기 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고객만족과 브랜드가 손상된다면 이후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더라도 손상을 회복 할 수 없다. 그리고 찰리 멍거는 이 부분을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한다.


“예방이 치료보다 열 배 낫다.”

 

경영에 있어 주옥 같은 말들이 또 나온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본을 더 투입해서 이익을 늘린 것은 경영진의 성과가 아닙니다. 그런 식의 성과는 누구나 빈둥거리면서도 올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예금액을 네 배로 올리면 이자도 네 배로 늘어납니다.”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무조건 투자 유치를 받아서 매출을 올리려는 기업들이 많다. 맞다.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매출이 왕이다. 다만 투자를 받아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매출을 만들기는 쉽다. 버핏이 말했듯이, 그런 식의 성과는 누구나 빈둥거리면서도 올릴 수 있다. 우리가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본질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매출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부스터의 역할로 투자금이 필요한 것이지, 매출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물론 업종별 차이는 있다.)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을 읽는다면 단순히 투자 뿐만 아니라 경영에 있어 수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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