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전략가 시각으로 보는 매크로 투자 규칙
루치르 샤르마는 글로벌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전략가이자,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본인의 저서 After the Crisis를 통해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 많은 요소들을 추려내어 본인만의 매크로 투자 규칙을 소개했다.
2007년과 2008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경제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떠오를 것이다. 그 유명했던 리먼 브라더스를 역사 속으로 보내버렸던 바로 그 금융위기. 하지만 나에게는 망망대해가 먼저 떠오른다. 해양경찰로 군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에서 정신없이 보내던 그 시절. 함정 생활을 하면서 TV는 커녕 신문조차 보기가 힘들었던 시기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경제 혹은 투자에 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던 순경들이 주식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펀드 투자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07년 주가 상승에 힘입어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하는 순간까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본인들 펀드 수익률에 관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바로 그 때가 끝물이었다.
함정 생활을 하면서 뉴스라곤 볼 권한도 시간도 없었기에,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오직 그들을 통해 바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07년 그들은 모두 환희에 가득 차 있었고 본인들 차를 구매하고,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하지만 08년이 되는 순간, 출근하는 그들의 얼굴엔 어두움이 가득했다. 본인을 담당하는 증권사 직원과 격양된 목소리로 통화하고, 화를 냈다. 그렇게 시장과 함께 무너져갔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고 10년이 지나면서 우린 과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루치르 샤르마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는 언제나 시끄러운 정글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호황과 불황은 일상적인 리듬의 일부이며, 좋은 신호든 나쁜 신호든 여러가지 신호를 찾아내는 방법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정리하였다.
01. 노동력 성장률
생산성 성장률이라는 요소는 정치적 조작과 마케팅에 따라서 쉽게 바뀌는 수치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수치에 의존하며 안된다. 그리고 제대로 측정하기도 어렵다.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년 내에 러시아의 ‘사업 하기 쉬운 나라’ 순위를 120위에서 상위 20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뒤, 곧바로 목표를 달성하였다. 2015년이 되자 러시아의 순위는 51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 누구도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진 않는다. 앞서 언급한 생산성 성장률과 달리 노동력 성장률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수월하다.
인구 전망의 경우, 출산과 수명처럼 간단한 몇 가지의 요소만으로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간단하다. 노동력 성장률이 1% 하락하면 경제 성장률도 1% 정도 하락한다. 지난 10년 동안 대체로 그랬다. 독일과 중국에서는 생산가능 인구가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미국은 늘어나곤 있지만 더든 속도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필리핀 등의 국가들은 무척 크게 늘어나고 있다. 노동력 성장률을 중요하게 봐야 된다는 것에는 많은 반론들이 있을 수 있지만, 생산성 성장률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쉽다는 것에는 모두들 동의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진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노동력을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출산율을 높여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거나, 이민자와 같은 새로운 인재들을 노동력으로 끌어들여 확보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경제 호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최소 2% 정도씩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의 오류에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 급속한 인구 증가가 종종 급속한 경제 성장의 전제 조건이지만, 그것이 급속한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른 규칙들과 잘 맞아들어 갈 때만 적용 가능하다.
02. 경제에서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가?
최고의 투자는 제조업, 기술, 도로와 같은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 투자이다. 최악의 투자는 경제에 지속적 부양 효과를 주지 못하고 종종 국가가 위험한 부채를 짊어지게 만드는 부동산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품 투자이다. 어떤 나라에서나 소비와 투자라는 두 가지 종류의 지출이 경제를 이끈다. 대부분의 정부들은 소비에 더 많은 지출을 하지만 성장과 비즈니스 주기를 이끄는 더 강력한 동력은 바로 투자이다. 투자 지출은 소비 지출에 비해 변동성이 크고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
즉, 투자가 증가할 때 성장 속도가 빨라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어떤 신흥국이라도 일반적으로 GDP 대비 투자 비율이 25-35% 수준으로 높았을 때, 경제가 호황이었다. 매크로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투자가 늘어날지 줄어들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다만 공적 투자 계획의 규모를 살펴보고 국가가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는 지 여부를 감안해볼 수 있을 뿐이다.물론 투자 증가는 거의 언제나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투자에는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농업/서비스업/제조업이라는 세 가지 부분에서 제조업은 가난한 국가들에게 빈곤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티켓이었다. 제조업이 바로 혁신의 원동력이다. 가장 강력한 투자 성장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신흥국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조업을 자랑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4년 기준 GDP 대비 투자 비율이 높은 세계 5대 국가 중 4개국인 한국/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제조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은 5대 국가에 속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제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가난을 벗어나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투자이다.
반면 나쁜 투자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는 부동산이 있다. 부동산에 대한 탐닉은 부채에 의해 더 심화되며 결과적으로 심각한 경기 둔화로 끝나는 경향을 보인다. 부동산 건설 투자가 GDP 대비 평균 5% 정도에 이르렀을 때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투자는 성장의 중대한 동력이며, 어느 방향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지를 추적해야 한다. 가장 먼저 언급한대로 제조업과 기술 그리고 도로 등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가장 좋은 투자이며, 최악의 투자는 경제에 지속적 부양 효과를 주지 못하고 종종 국가가 위험한 부채를 짊어지게 만드는 부동산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품 투자이다.
모든 나라는 성장기와 쇠퇴기를 거칠 수 밖에 없으며 어느 나라도 영원히 성장하거나 쇠퇴하지 않는다. 이처럼 영원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지속되는 것은 미래를 지배하는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인 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