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의 몇 시야?’,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반말?!
위메프가 지난 3월부터 기존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부장 이하의 구성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 했습니다. 이사-상무-전무-부사장 등의 임원 직급 역시 없애고 ‘리더’로 통일했는데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동등한 호칭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최근 임원 직급제를 폐지한 기업이 또 하나 있습니다. 패션 기업 중 유일한데요. 바로 휠라코리아 입니다. 휠라코리아는 4월부터 COO 이상의 경영진을 제외한 이사, 상무, 전무 등의 임원 직급 체계를 전격 폐지하고 직능에 따른 직책제를 강화했습니다. 임원 직급 폐지를 시작으로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죠. 이 같은 제도를 향후 1년 간 시범 운영하면서 2022년부터는 전사적으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 주목받기 시작
위메프와 휠라코리아 뿐만이 아닌, 많은 기업들이 직급을 폐지하고 있습니다. 왜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위에서 언급했듯, 기업들이 직급을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인들이 조직 구성의 핵심이자 소비의 주축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되고 있는 부분인데요. 기성 세대와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 등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각 기업에서도 이에 맞춰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죠.
수평적 조직문화, 대세가 되어버린 걸까?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직급 체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보통 연공서열 중심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상무-전무-사장] 직급이 흔히들 알고 있는 직급 체계일 것입니다. 해당 체계의 존재 이유는 직급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기 위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수직적 조직문화는 상위 직급의 권력화를 형성하는 부작용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수직적 조직문화를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 611명 대상으로 [직장인 입사 후회되는 회사 TOP5]를 조사한 결과 ‘꼰대가 많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가 43.7%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40대가 최우선 가치로 꼽았던 ‘월급’ 관련 문항은 4위를 차지했는데요. 현재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돈보다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니즈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무조건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대세를 따라가야 하는 걸까요?
과연 수평적 조직문화는 긍정적인 변화만 불러오는 걸까요?
수평적 문화? 우린 직급 제도 부활시켰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직급 체계 폐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수년간 한국 사회는 군대식 상명하복의 사회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수직적 위계 질서 기반의 뿌리 깊은 유교 문화가 배경인 한국 기업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해당 입장을 입증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KT는 2009년부터 5년간 직급을 폐지하고 구성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했었습니다. 개편 이후 5년간 해당 호칭을 유지하다가 2014년, 기존에 사용하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 체계를 부활시켰죠. 한화 역시 직급 체계를 2단계로 간소화했다가 3년 만에 직급제로 유턴했으며, 포스코도 6년 만에 기존 직급 체계로 복귀했습니다.
정말로 한국 사회에서는 직급 없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요?
말만 수평적 조직문화? 수평적이라고 하면 반말 정도는 써줘야지!
수평적 조직문화를 원하는 직장인들의 니즈에 따라 과감한 조직문화를 형성해 긍정적인 평가를받고 있는 기업들도 존재합니다.
CJ그룹, 광동제약, 러닝스푼즈 등 직급을 아예 없애고 이름에 ‘님’을 붙이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호칭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는데요. 카카오, 네이버, NHN엔터테인먼트 등의 회사는 별도의 닉네임 지정해 사용하는 닉네임 호칭을 도입해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직원들까지도 직급을 사용하지 않고 루피, 또치, 마냐 등 닉네임 호칭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는 카카오 부사장 출신의 정혜승 비서관이 도입한 것으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도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바로 ‘반말 소통’인데요. ‘반말 소통’은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취미 교육 업체인 클래스101은 창업년도인 2017년부터 총 직원의 수가 260여 명이 된 지금도 꾸준하게 반말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날것의 생각을 던질 수 있는 반말을 쓰기로 했다”며 “존댓말은 생각을 한 번 더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반말 소통을 택했다고 합니다. 반말 소통은 서로에 대해 무례를 범하게 될 수도 있어 상호 간 존중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했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에 한 발 다가가기 위한 수단, 직급 폐지 VS 직급 유지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요?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직급만 폐지하고 수직적 조직문화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요?
직급을 간소화하는 등 호칭만 파괴한다고 해서 수평적 조직문화 형성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직급을 폐지하는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 변화의 시작에 섰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직급 폐지를 첫 시작으로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을 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