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스푼즈

작년 10월에 퇴사를 하고 이번 달이면 러닝스푼즈를 시작한 지, 만으로 1년이 되었습니다. 2018년 연 매출 약 10억원으로 예상되며, 그 동안 1건의 엔젤투자로 성장하다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을 막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성장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펀딩의 저자인 ‘더멋 버커리’는 서두에 이런 말을 써두었습니다.

“신생 기업은 법정에 들어선 죄인과도 같다. 법정에 들어선 피고인은 적어도 유죄 판단이 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도 있지만, 신생 기업은 그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죄인 취급을 받는다. 신생 기업 대부분이 실패하기 때문이며, 투자자는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반면 기업가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기 회사는 바로 옆에서 쓰러져가는 다른 회사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유치’를 고민했던 스타트업 대표들은 무척이나 공감되는 문장들이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IR을 진행하며, 들어오는 질문을 방어하고 논리적으로 러닝스푼즈의 성장가능성을 설득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희는 의도적으로 ‘투자유치’를 받고자 한 적은 없습니다. 본질에 집중하며, 재무지표를 만들어두니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투자가 들어와서 어떻게 보면 다른 스타트업들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생활 첫 시작을 기업을 분석하고 고객의 주식을 사고 팔고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재무지표가 엉망인 기업들이 투자를 받고 다시 투자를 받으며 연명하는 스타트업 세계가 이해 되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기업들을 보며,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생겼지만, 지금도 여전히 본질이 아닌 투자유치에만 의존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본질은 바로 매출입니다.

 

물론 그 동안 제가 해왔던 사업이 전통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틈을 찾아내, 운영과 마케팅 등의 개선을 통해 성장하는 방식이라, 여기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몇 년 동안 매출의 발생없이 엄청난 투자를 수반하는 IT와 게임 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처음 창업을 한 시기에는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전전하며 업무를 하였고, 강의장 또한 필요한 시간만 대관을 하며 시작하였습니다. 고정비를 극도로 줄여 보수적으로 운영하였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자본금이 당시 5만원 하던 이더리움을 100개 팔아서 500만원으로 설립했기 때문에 정말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창업 첫 달부터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에 자본금을 까먹지 않고, 계속 조금씩 잉여현금을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교육업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금흐름이 일반적인 사업과는 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것만 관리를 잘하면 큰 투자가 없이도 조금씩 성장 가능합니다.


러닝스푼즈 르호봇

그렇게 성장을 하면서 학동역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인 르호봇에 사무실을 구해서 들어가게 됩니다. 라운지만 보셔도 알겠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위워크와 같은 힙한 곳은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뿌듯했죠. 돌이켜보면 열악했지만, 치열했고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시기만해도 아직까지 투자유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단은 매출 먼저 만들고 성장하고 고민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우리가 만든 퀀트 강의에서 한 젊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게 됩니다. 신청자 명을 보고 이름이 눈에 익어 전화를 해보니 예전 회사에서 제가 기획한 강의를 수강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이 분과 인연이 되어, 첫 엔젤투자를 받게 됩니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벨류에이션이라는게 별 의미는 없습니다. 러닝스푼즈는 그나마 어느정도의 월 매출이 이미 나오고 있긴 했지만, 초기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기업가치는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원하는 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당시 저는 일단 자본금만 넣고 끝나는 엔젤투자자는 굳이 필요가 없었고, 추후 투자유치에 필요한 네트워킹과 스타트업 성장에 관한 조언을 해 줄 투자자가 필요했습니다. 그 조건에 정확히 부합을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서로가 만족하는 정도에서 별도의 협상없이 바로 진행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 자체가 서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정말 빠르게 투자유치가 결정되고 납입까지 마무리 되었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러닝스푼즈의 성장에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도 기업을 고르지만, 기업도 투자자를 잘 선택하셔야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만약 모든 것에 관여하려는 엔젤투자자를 만나시게 된다면, 회사의 성장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러닝스푼즈 사무실-min

11월부터 팀이 만들어지고 달리기 시작해서, 다음 해 3월에는 공유오피스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공간을 가지게 됩니다. 현재 강남역에 위치하고 있는 러닝스푼즈 강의장 및 사무실이죠.

 

보증금을 내고 나니 법인잔고가 훅 줄었고, 매 달 나가는 임대료를 생각하니 잠깐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저 자신과 팀원들을 보니 금방 걱정이 사라지더라구요.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3월에 이사를 오면서, 현금흐름을 계산해보니 여름 정도에는 슬슬 투자유치를 고려해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 때만해도 막연히 다음 투자는 VC들에게 받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투자의 목적은 더 빠른 성장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장 컸고, 이를 위해선 뛰어난 인재들을 더 채용해야만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러닝스푼즈가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유치 세미나’를 열게 되면서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크라우디 대표님을 연사로 모시게 되었고 결국 크라우디를 통해 1억원의 투자(Post-Money Value 40억)를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매일경제에서 설립한 엑셀러레이터인 미라클랩도 투자에 동참하였구요.

 

‘투자유치’를 준비하면서 이미 반기별 재무제표가 나왔고, 연 매출 10억원의 추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IR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VC가 아닌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우리와 함께하는 강사님들과 수강생들을 러닝스푼즈의 지지자로 참여시키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강사료를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동반 성장을 하는 파트너가 되면 결국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죠. 결론적으로 이번 펀딩을 통해 우리 수업을 많이 들으신 수강생분들 그리고 강사님을 소액주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VC들은 첫 기관투자인만큼 과도한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저희 상황에서 과도한 지분이지, 첫 투자로 10-15%를 VC가 가져가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몇 곳의 VC분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딱히 우리와 핏이 맞다고 느껴지는 곳들도 찾지 못했구요.

 

이런 몇 가지 이유들로 여름부터 크라우디와 펀딩을 준비하였고, 이번 달에 원했던 금액인 1억원이 약간 넘는 금액을 무사히 조달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스타트업 펀딩에는 꼭 VC 투자만 있는 것은 아니며, 러닝스푼즈처럼 엔젤투자와 크라우드 펀딩을 조합하는 경우도 괜찮다는 것 입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부드럽게 진행이 되려면, 투자자에 시각에 맞는 논리 혹은 재무지표를 명확히 구축해놔야 된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금은 투자금일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장이 좌지우지되므로 저도 투자금을 소중히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내년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려고 합니다.


[엔젤클럽과 함께 하는 스타트업 실전 엔젤투자 프로세스]